조건희

조건희

시간 위에 남는 사건들

카메라와 식물의 변화를 통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을 표현하여
‘나는 이 ‘시간’위에서 ‘공간’이라는 사건을 남겨간다.‘라는 주제에 대한 시각적인 접근을 만들어 보고자 하였음.

작품설명

  1. 발단

이 작품은 ‘A’라는 인물을 다룬 짧은 수기에서 시작된다.

저자가 보는 A는 갤러리의 점토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변형시키면서 어떤 경험을 한다.

‘눈으로 보고 있다기보다 몸의 움직임이 시각이 되어 그것이 행위를 결정하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반복이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한 시간? 아니면 세 시간이나 네 시간? 그것은 아마도 시계상의 시간과는 무관한,
이른바 순수 지속 같기도 하고 시간과 시간 사이의 무한한 터트림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
‘점토를 점토이게 하는 것이 가리키는 것은, 오히려‘ 점토’가 아닌 공간- 세계라는 것이다.
그때 점토는 온전히 스스로의 세계를 감춤으로써 반대로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일상의 점토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 열려 퍼지는 것이 먼저 지각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행한 A 또한 처음부터 사물로서 ‘ 점토’ 에 매혹되었던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열린 세계와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A를 바라보는 수필 중 일부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 수필을 읽으며, 난 A가 본 열린 세계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1. 주제 추출

A는 점토를 움직이고 변형시키는 것으로 하여금, 흘러가면서 바뀌어가며 성숙해가는 세상을 느끼고자 한 것일지 모른다.
점토는 매개일 뿐이다. A가 점토를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세상을 인식하고 그에 광인마냥 심취한 것처럼.
화자는 이것을 A가 보고 싶어 한 ‘열린 세계’라고 표현한다.

내가 점토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그는 나로 하여금 변하게 하였다. 사건은 시간 위에서 일어나고 시간은 곧 사건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시간’ 위에서 연속적으로 변해간다. 내가 세상에서 점유한 공간이 계속해서 변해가고, 나는 이 ‘시간’위에서 ‘공간’이라는 사건을 남겨간다.’

이를 통해 나는 표현의 주제를 이렇게 정했다.
‘나는 이 ‘시간’위에서 ‘공간’이라는 사건을 남겨간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시각적 표현을 통해 수필의 A가 만나고자 한 ‘열린 세계’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할 수 있는, 또는 돕는 접근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1. 표현에 대해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아 할 것인가.
나는 두가지 표현의 객체를 선정했다. 카메라와 식물이다.

-카메라는 ‘사건이 시간 위에 남는 순간’을 그 순간 이후에도 볼 수 있도록 사진으로 남겨주는 도구이다.
때문에 카메라가 ‘나는 이 ‘시간’위에서 ‘공간’이라는 사건을 남겨간다.‘라는 주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객체라고 판단하였다.

-식물은 그 스스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형태가 변해가는 생명이다. 때문에 변화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기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최종적으로는, ‘어떤 시간의 공간을 찍어서 남겨두는 도구인 카메라가 그 스스로 변해가는 모습‘ 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게 되었다.

4개의 변해가는 카메라는 각각의 시간 위에 남은 순간을 대표한다.

  1. 표현의 결과

시간의 매 순간마다, 카메라와 식물이 점유한 공간은 변해간다.

사건은 시간 위에서 일어나고, 시간은 그 무수한 사건들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와 덩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이 세상에서 점유한 모습을 바꾸어가며,
시간 위에 그들의 모습을 사건으로 남기고, 이렇게 ‘시간 위에 남은 사건들’을 우리가 마침내 인지한다.
그것이 ‘공간’이다.

비록 카메라가 필름을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카메라는 지금도 시간 속에 스스로의 사건을 남겨가고 있다.

  1. 결론

카메라가 시간 속에서 공간이라는 발자취를 남겨가는 모습을 표현한 4개의 연작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는 ‘A’가 보고자 한 ‘열린 세계’가 과연 어떤 것인가- 에 대하여 계속 생각해보았다.

이 연작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은 결국 시간과 공간이다. 즉 우리 현실의 기반이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인 시공간을 각자가 인지한 것이 비로소 ‘현실’이다.

이 일련의 표현활동을 통해 추상적인 시공간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현실에 대한 어떤 진리를 체험하는 데에 더 직관적인 접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건희

여러모로 난해하기도 하고 어려운 수업이었지만, 덕분에 특이한 경험으로 남을 한 학기가 된 것 같습니다.

One Reply to “조건희”

  1. 시간에 따른 공간의 변화를 설명하기위해 선정한 카메라라는 소재가 너무 흥미롭고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좋안 작품 보고 갑니다 한 학기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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